근무력증이란 ( ‘근신경장애'로 인하여 근육이 쇠약해지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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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은 천천히 진행되는데 주로 뇌신경이 지배하는 근육들의 긴장도가 낮아지고 무력해지며 특히 눈까풀이 처지고 씹는 운동과 삼키는 운동이 장애된다. 병이 더 진행되면 팔다리 또는 온몸이 맥이 없고 나른해진다. 이때 호흡장애, 운동장애가 온다. 발생빈도를 살펴보면 해마다 십만 명 중 2~10명 정도 발병하고 여자가 남자보다 6 : 4 정도로 많은 편이다. 여자는 주로 20대의 젊은 나이에 잘 생기고 남자는 여자와는 달리 50~60대의 나이에 많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ㆍ원인
우리가 근육을 움직이는 것은, 뇌로부터 근육을 움직이라는 신경 신호(전기적 신호)가 근육에 전달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신경 말단과 근육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신경 말단에 도달한 전기적 신호가 근육에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일단 신경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이 신경전달물질이 근육에 작용해서 근육을 움직이는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신경전달물질은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이며, 근육 막에는 이 아세틸콜린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다. 근무력증은 이러한 근육 막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이세틸콜린)을 담는 수용체가 자가면역질환(자기 신체의 일부를 남의 것으로 인식해 항원, 항체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파괴되어 신경 말단 부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근육 막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여 생기는 후천적 질환이다. 이처럼 수용체의 감소와 변형으로 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이 효율적으로 근육에 전달되지 않으면 힘을 잘 쓸 수 없게 된다. 근 무력증은 감기를 심하게 앓았거나 오랫동안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일 때 또는 항암제를 많이 써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잘 생길 수 있으며, 선천적으로 근무력증을 일으키는 소인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 잘 생긴다. 따라서 척수, 뇌 등의 중추신경의 문제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흔히 뇌졸중(중풍)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잘못된 생각이다. 뇌 혈관이나 팔다리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무력증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확률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질환을 유발하는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그러나 이 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자식이 부모와 같은 근무력증을 가질 확률은 거의 없으며, 가족 중에서 근무력증 증세와 비슷한 환자가 많다면 이것은 선천적으로 유전되는 다른 질환 때문이다.
ㆍ증상
근무력증 환자의 경우 신경전달물질이 근육 수용체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팔, 다리, 목 근육 및 안구 운동을 담당하는 근육은 많이 사용할수록 쉽게 피로해지고 힘이 없어진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다시 힘이 생기지만 계속 운동이나 활동을 할 경우 몇 분 내에 무력해지는 특징이 있다. 초기에는 단지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눈꺼풀이 처지는 증상만 초래하는 눈 근무력증도 있으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증상 외에 팔다리 및 목의 힘도 약해지는 전신 근무력증을 호소하게 된다. 목 근육에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서 사래가 잘 들고, 목소리에 비음이 증가하고 말소리도 약해지며 질긴 고기 등을 씹기가 힘들고, 마비가 심한 경우 턱을 손으로 받쳐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팔다리의 근육 중에는 주로 몸통에 가까운 근육에 증상이 많이 온다. 그래서 빨래를 할 때, 팔 근육이 쉽게 무력해진다든가 하는 증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팔 다리가 저리거나 쑤시고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은 없다. 만약 이런 감각 증상이 있다면, 근무력증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증세는 기복이 있다. 즉 쓰면 쓸수록 마비가 심해지고, 좀 쉬면 나아지는 등 증상의 기복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육체적 정신적 피로, 폐렴이나 감염 등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또는 특정 약물을 함께 복용한다든가 할 때, 평소에 심하지 않던 근무력 증상이 갑자기 심해져서 호흡이 힘들 정도로 횡경막 근육이 마비되는 응급 상황까지 진행되어 인공호흡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근무력증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증상이 평소보다 갑자기 악화되면 빠른 시일 내로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야 하며, 다른 약물을 복용할 때에는 사전에 전문의에게 허락을 받는 것이 좋다.
ㆍ진단
환자의 증상이 진단에 가장 도움이 된다.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횟수가 늘고 자주 눈꺼풀이 내려와 책을 보기 힘들거나 말을 오랫동안 하는 경우나 노래를 부를 때 발음이 또렷하지 못하고 질긴 음식을 씹을 수 없을 때 근 무력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 외 텐실론 검사는 텐실론 주사제를 정맥 주입하여 20초 내에 증상이 호전되는가를 보는 검사이다. 대부분의 근무력증 환자는 이 주사로 증상이 좋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신경과에서 시행하는 반복신경자극검사(Jolly test)도 진단에 도움이 되며, 최근에는 근 무력증 환자의 항체 검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가 있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근무력증이라고 진단이 되면, 반드시 흉선을 보기 위한 CT 촬영이 필요하다.
ㆍ예방 및 치료
근무력증 환자 중에는 3년 내에 저절로 치유가 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이런 경우는 주로 젊은 여자나 10세 미만의 어린이, 전신 근무력증 보다는 눈에만 국한된 근무력증 환자에게서 관찰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수술치료 : 흉선 제거수술 전산화 단층촬영 등으로 흉선에 이상이 확인된 환자는 물론, 정상의 환자도 대부분 흉선 제거수술을 권하고 있다. 흉선 제거수술이 치료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흉선이 근무력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신경근육 접합부의 항원과 비슷한 구조를 갖는 항원이 흉선에 존재해서 지속적으로 항원을 우리 면역체계에 제공하여 자가면역질환을 초래하게 된다. 말하자면 근무력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생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공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흉선을 수술로 없애고, 아직도 남아서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림프선을, 스테로이드와 이뮤란(immuran) 등의 면역억제재를 수개월에서 수년간 사용하여, 더 이상 근무력증을 초래하는 물질(신경근육 수용체에 대한 항체)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최선의 치료 방법이다. 물론 모두가 흉선 제거 수술을 받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은(65세 이상) 노인, 사춘기 전의 어린이는 가급적 피한다. 그리고 눈에만 국한된 근무력증 환자에서도 수술을 적극 권하지 않는다. 특히 오랫동안 증상이 고정되어 있었던 경우는 증상의 회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특히 젊은 20대 여자로 근무력증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는) 수술은 빠를수록 좋다. 수술 전후나 갑자기 위독상황으로까지 악화된 환자에게 혈액투석은 자가항체를 제거해 주므로 수술 후의 예후를 좋게 해주고 위독상황을 호전 시킬 수 있다. 약물치료 부신피질 호르몬제재(스테로이드제재)나 이뮤란 같은 면역억제재는 근무력증의 주된 약물치료가 되겠다. 이런 치료의 목적은 항원항체 반응을 지속적으로 억제하여, 근무력증의 원인이 되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데 있다. 부신피질 호르몬제재(스테로이드제재)는 적어도 3∼4개월 동안은 많은 용량을 쓰고 그 이후로 증상을 보아가며 서서히 감량하게 된다. 얼굴이 붓고 여드름이 생기고 체증이 증가하고 위장장애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나, 증상이 잘 조절되어 용량을 차차 감량할 수 있다면, 부작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이뮤란의 부작용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드물게 생길 수 있는 백혈구 혈소판수의 감소인데, 이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서 가장 많이 쓰는 메스티논(mestinon)은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방해하여 근육 수용체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자는 의도에서 개발된 아세틸콜린 분해 억제제이다. 이 약을 먹으면 30분~1시간 내에 힘이 좋아지며, 지속시간은 2~3시간 정도이므로 하루에 보통 서너 차례 먹는다. 하지만 이 약은 궁극적으로 근무력증을 치료한다기 보다는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부작용으로는 약의 용량에 따라 복통이나 설사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으나 대개는 별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상의 치료요법으로 7~10년 후에 근무력증이 완치되는 사람은 약 60% 정도로 보고되어 있다. 20∼30%는 약을 중단하면 재발되고, 10%는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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